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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력 양극화,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등록일 2021-05-07 09:10:28 조회수 16526
내용

학력 양극화,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632 김성수, 덕양중학교 교사 2021.05.04

1. 코로나19, 학력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다.

 

최근 서울교육정책연구소는 서울시 소재 382개 학교 중학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의 (전)전년도(2018, 2019년)와 해당연도(2020년)의 학업성취 비율을 비교 분석하였다. 그 결과, 코로나19를 겪은 관심군이 비교군보다 학업성취 불평등 정도(지니계수)의 증가 폭이 컸고 중위권 비율 감소 정도 또한 더 크게 나타났다. 눈여겨볼 것은 대면 교육이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낮아진 것이 아니라 중간 학업성취도 이하만 더 낮아지고 높은 학업성취도였던 학생은 오히려 학력이 더 높아진 것이다(서울시교육청, 2021). 이는 코로나19 이후 중간 학력은 사라지고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만 남는 일명 ‘모래시계형’ 학력 구조가 형성되었고 이것은 학력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원인은 코로나 이전에는 학력 계급의 중간층이나 하층은 학급 분위기나 선생님의 독려로 공부를 했으나 학교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학력이 낮아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중학생이 오랜 시간 집에 혼자 있다 보니 컴퓨터나 핸드폰 게임, 유튜브 시청 시간이 늘고 학습 시간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반면 학력 계급의 상층은 자기 관리 능력이 있거나 사교육을 통해 개인 지도가 가능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등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학습이 가능했다. 오히려 매일 등교할 때보다 자기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학습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을 가르친 교사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서울시 연구 내용을 보면 학업성취 불평등 정도(지니계수)가 이전부터 증가하고 있었다. 즉, 학력의 양극화는 이전부터 진행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우리 사회가 부의 양극화는 이미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저소득층의 소득은 더 줄고,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고소득층의 소득은 더 증가하여 부의 양극화가 가속화된 것과 같은 것이다.

 

 

2. 교육과정 사회학에서 학력 양극화의 의미

 

교육과정 사회학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 교육과정, 문화와 사회 계층, 계급과의 관계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교육과정 사회학에서는 지식이 돈이나 부동산처럼 특정 계층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고 어떤 계층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교육과정 사회학자인 Young(1971)은 돈이나 재화가 특정 계층이나 계급에 소유되는 것처럼 지식도 특정 계층에 속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체의 지식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그 소유자가 정해져 있고 그러한 사적 지식 중 일부가 공적 지식, 즉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모든 학생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지식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특히 문어성(literacy), 개별성(individualism), 추상성(abstractness), 비일상성(unrelatedness)이 높은 지식일수록 학교에서 배워야만 하는 지식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지식은 상류 계층에게 익숙한 용어 등으로 이루어져 상류 계층은 소유하기 유리하지만, 노동자 계층이나 저소득층은 배우기(소유하기) 불리하다. 학교는 지식을 더 많이 소유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에 결국 교육과정이 학교가 계급을 재생산하는 기능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이와 같은 특징을 띠는 대표적인 과목은 ‘수학’과 ‘영어’이다.

 

Apple(1984)은 빈곤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학습 부진이나 낮은 학업성취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학교 교육의 산물이라고 하였다. 자본주의 사회가 이윤을 고르게 분배하는 것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이윤의 극대화에 관심을 두는 것처럼, 학교 역시 지식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사회에서 일정한 실업률을 묵인하는 것처럼 학교가 ‘자연스럽게 낮은 성취자를 만들어 내는 것을 묵인’하고 오히려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ple의 주장은 학력 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우리 교육이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이나 ‘미래를 이끌어 갈 혁신적 포용 인재’와 같이 교육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면 영재교육을 강조하는 등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게 되고 더 치열한 성적 경쟁이 있게 된다. 인재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낙오한 학생들이 늘어나 결국 학력의 양극화는 지속된다.

 

 

3. 기초학력이 부족하면 무엇이 문제일까?

 

기초학력 저하가 엄청난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냉정하게 찾아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초학력이란 주로 영어, 수학 성적을 일컫는다. 학생들의 학력이 낮아지면, 더 정확하게 말해 수학과 영어 성적이 낮은 학생이 늘어나면 무엇이 문제일까? 어떤 큰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과목은 못해도 되지만 왜 수학, 영어는 못하면 안될까? 수학 클리닉, 영어 클리닉이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되는데 영어, 수학을 못하면 왜 치료를 받아야 할까?

 

사실 20년 동안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지만, 구구단을 못 외우거나 분수 계산을 못하는 학생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수학을 못했던 학생 중에도 올바른 시민의식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또 영어 기초학력이 부족하더라도 축제 때 어려운 팝송이나 영어 랩을 능숙하게 부르는 친구도 보았다.

 

Pais(2013)는 수학이 공식적으로는 사용가치가 매우 높은 학문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에게 필요하고 배우면 유익하다는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선별과 배제 수단을 주된 역할로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학과 영어 성적이 낮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수학과 영어 성적을 사회적 선별과 배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이다. 학력으로 나타나는 개인의 능력치와 인간으로의 평가가 분리되지 않는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를 표방하는 우리 사회에서(성열관, 2015) 능력치를 나타내는 것이 영어와 수학 성적이고 그것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제되고 무시되는 것, 그것이 문제이다. 학교와 사회에서 수학과 영어 성적이 낮으면 성실하지 못하고 무능하다고 보는 무시와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자신을 무능하고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짜 문제이다.

 

 

4. 학력 양극화 해법 : ‘무시’가 아닌 ‘인정’의 교육

 

그럼 학력 양극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무상 의료나 무상 교육 등 부와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와 문화가 경제 양극화 해법인 것처럼 학력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인정받는 교육 제도와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학력(영어, 수학 성적)이 낮으면 사회적으로 ‘무시’하는 우리 교육 제도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부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을 재벌로 만드는 것이 해법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력이 낮은 학생들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들도 인정받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Honneth는 『인정 투쟁』에서 인정과 대립하는 개념인 ‘무시’를 세 가지로 정의한다. 첫째 ‘폭행’, 둘째 ‘가치의 부정’, 마지막은 ‘권리의 부정’이다. 그리고 무시에 대한 경험이 한 인격체의 정체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의 위험을 동반한다고 주장했다. 세 가지 무시 유형이 우리 교육 제도와 문화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성찰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곧 학력 양극화의 해결책이다.

 

첫째 폭행이다. 성적이 낮으면 신체적 폭행이 가해지는 시절이 있었다. 이는 체벌 금지나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무시의 개념 중 ‘폭행’을 금지하는 제도와 문화는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고 생각한다.

 

둘째 가치의 부정이다. 가치의 부정은 개인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가치나 생활방식이 평가 절하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한 사회가 가지는 가치의 위계질서가 어떤 개인 또는 집단의 생활방식과 신념을 열등한 것으로 평가 절하하여 그들에게서 고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에서 가치의 부정은 수학, 영어 성적이 낮은 것을 열등하거나 불성실하다고 평가 절하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수학이나 영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가치를 가질 자유가 있을까? 그 자유는 수학과 영어의 공부를 포기한 일명 수포자와 영포자가 되었음을 수용하기 이전에는 용납되지 않는다. 수포자와 영포자가 되었다는 것은 소위 좋은 대학을 가려는 경쟁의 포기이고 자신이 무능하고 열등한 존재임을 그래서 사회가 원하는 인재로서의 가치가 없음을 선언하는 것이다(김성수·이형빈, 2019). 수학과 영어를 못해도 되는 자유, 수학·영어를 못하는 학생도 의사로서, 법률가로서, 과학자로서 자질이 있다면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는 제도와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권리의 부정은 한 개인이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동등한 정도의 도덕적 판단 능력이 있는 주체로 인정받으려는 기대가 훼손되는 것이다. 최근 민족 지도자 육성을 목표로 하는 어떤 자율형 사립고가 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모집하지 못하는 제도가 되면 학교의 존재 목적이 없기 때문에 폐교할 수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 보도를 보면서 의문이 생겼다. 민족 지도자는 성적이 높아야만 가능한 것인가? 민족 지도자는 성적보다 인성이나 도덕적 판단 능력, 도덕적 실천 능력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민족 지도자는 성적이 뛰어난 학생만 할 수 있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성적이 나쁜 학생은 민족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성적이 낮으면 도덕적 판단 능력과 실천 능력이 없다는 것인가? 이 질문들이 비약일 수는 있지만 이런 제도 자체가 성적이 낮은 학생의 권리를 부정하는 제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입학 방식도 성적순으로 대학 입학을 하는 것보다 절대평가를 통해 대학 수학 능력이 검증되면 추첨제1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성적으로 권리를 부정하지 않는 제도가 될 수 있다.

 

1점이라도 더 높은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옳다고 판단하기보다 성적이 낮은 학생의 가치와 권리가 부정되지 않는 입시 제도가 옳다고 인정되는 사회가 된다면 학력 양극화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김성수·이형빈(2019). 수포자의 시대, 서울: 살림터
? 서울교육정책연구소(2021). 코로나19 전후, 중학교 학업성취 등급 분포를 통해 살펴본 학교 내 학력격차 실태분석, 2021-1 현안분석 보고서.
? 성열관(2015). 메리토크라시에서 데모크라시로: 마이클 영(Michael Young)의 논의를 중심으로, 교육학연구, 53(2), pp. 55-79.
? Apple, M.(1984). Ideology and Curriculum : 박부권·이혜영 역(1991). 교육과 이데올로기. 서울: 한길사.
? Axel Honneth(1992). Kampf um Anerkennung: 문성훈·이현재 역(2011). 인정투쟁. 서울: 사월의 책
? Pais, A. (2013). An ideology critique of the use-value of mathematics. Educational Studies in mathematics, 84, 15-34.
? Young. M. F. D.(1971). Knowledge and control: new direction for sociology of education. London: Colier Macmillan.

 

각주

  1. 얼마 전 JTBC ‘차이 나는 클라스’에 출연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추첨제가 더 공정한 선발제도임을 주장했다.


출처 https://21erick.org/column/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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