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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내에서 면역을 가진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감염될 확률은 낮아진다. 집단면역은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인이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다.

면역성은 자연감염 때문에 항체가 생기거나, 예방접종으로 항체를 형성하는 능동면역으로 획득된다. 혹은 항체 보유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분리한 후 무면역자에게 투여하는 ‘혈장치료법’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집단면역이 모든 감염성 질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사람들 간에 직접 전염되어 확산하는 질병에서만 작동된다. 예컨대 토양 등에 존재하며 상처를 통해 감염하는 파상풍균은 파상풍을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이지만 전염성이 없으므로 집단면역이 작동하지 않는다. 설령 주변의 모든 사람이 파상풍균 백신접종을 했다고 해도, 백신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이 녹슨 못에 찔려 파상풍에 걸릴 수 있다.

건강하지만 대부분이 무면역 상태인 군집에 전염병이 돌면, 전염병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확산한다. 1명의 감염자가 5명에게 2차 감염을 시킬 수 있다고 가정하면, 3차 감염에서는 이들 각각이 확산의 불쏘시개가 되어 5×5=25명이 감염되고, 4차 감염에서는 25×5=125명이 감염된다. 집단 내 대부분이 면역성을 획득했다면, 1차 감염자가 발생해도 집단 내 전염병 확산은 제한된다.

2차 감염에서 5명에게 침입하지만, 이들의 면역성 때문에 바이러스는 죽게 되므로 확산을 위한 바이러스 증식이 멈춘다. 즉 면역성이 있는 사람들은 바이러스 관점에서 블랙홀이다. 빨려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다. 예방접종을 통해 생성된 집단면역은 팬데믹 종식에 핵심 역할을 한다. 집단면역 덕분에 1977년 드디어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박멸된 바 있다.

집단감염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구 집단의 60% 이상이 특정 감염병에 대한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 해당 감염병에 걸린 환자를 의료시스템 안에서 충분히 대응하여 확산의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치명률을 낮추며 대응할 때 집단면역은 사회 전체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면역 방식으로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재생산지수를 1 이하로 낮추어 서서히 감염병의 종식을 유도할 수 있다.

재생산지수란 감염자 1명이 직접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의 수를 뜻한다. 그러나 감염병의 전파력이 의료시스템의 대응 속도를 넘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서 치명률이 높은 경우에는 집단면역을 위해서 상당한 수준의 사망자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예컨대 치명률이 5%인 감염병이 인구 5,000만 명인 우리나라에서 발생했을 때, 60%의 집단면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000만 명이 감염되어야 한다. 이때 치명률이 5%이므로 3,000만 명×0.05=150만 명이 해당 감염병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 방역수칙만 지켜도 통제 가능한데, 150만 명의 희생이 뒤따르는 집단면역에 의존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감염병의 종류에 따라 전파력의 강도, 치명률에 따라 집단면역 방식의 방역 대책이 적정한지 판단해야 한다. 코로나19바이러스의 팬데믹 초기에 영국, 스웨덴 등에서 이를 단순한 감기 바이러스로 판단해서 집단면역 방역 대책을 사용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코로나19바이러스의 전파력이 강하고 치명률도 높은 것을 깨닫고서야 완패를 선언하고 적극적인 방역태세로 전환하였다. 팬데믹 상황에서 정책 집행자들의 오판과 뒷북 대처는 큰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