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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1) - 학습과학이란 무엇이고 어떤 도움을 주나?
등록일 2020-12-07 10:20:02 조회수 32072
내용

앞으로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해 교수·학습의 질 향상을 돕고자 학습과학의 주요 원리와 적용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시리즈 첫 칼럼에서는 학습과학이 무엇이고, 언제 탄생했으며 교수학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1. 학습과학의 의미와 탄생

 

학습과학이란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와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학습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함께 효과적인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학습 환경의 설계와 실행에 대한 연구까지 포함하는 학문 영역이다. 학습과학(learning sciences; science of learning[SoL])은 인간의 학습을 다루는 전통적인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뿐만 아니라 컴퓨터과학, 교육심리학, 신경과학, 인류학 등의 이론이 간학문적(interdisciplinary) 연구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학습과학의 주요 관심 대상은 커리큘럼 설계, 비공식 학습 환경, 교수방법, 정책적 혁신 등으로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Wikipedia).

 

학습과학(SoL)이라는 용어가 뇌과학(neuroscience, brain science)의 연구 결과를 교육에 접목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인 1990년대이다. 1991년 학습과학저널(Journal of the Learning Science)이 창간되고 2002년 학습과학국제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the Learning Sciences: ISLS)가 만들어졌다. 그 이전인 1970년대~1980년대에는 뇌기반학습(Brain-Based Learning: BBL)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지배적이었다. 추구하는 목적은 뇌의 이해를 통해 학습을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가였지만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활용해 돈을 벌려는 상업주의가 성행하면서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거나 잘못 해석한 결과 소위 ‘신경 속설들(neuro-myths)’이 생겨나기도 했다.

 

학습과학의 대표적인 영역의 하나가 마음·뇌·교육(Mind, Brain and Education: MBE) 융합과학이다. 이는 전통적인 뇌기반교육(Brain-Based Education: BBE)이나 뇌기반학습(Brain-Based Learning: BBL)이란 용어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뇌의 10년(Decade of the Brain, 1990-1999)’을 선언하면서 뇌와 학습에 대한 수많은 새로운 발견과 이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MBE 융합과학은 “‘새로운’ 뇌기반교육(‘New’ Brain-Based Education)”이라는 기치 아래 BBL의 한계와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 MBE 융합과학의 확장에 큰 역할을 한 단체가 OECD이다. OECD는 2000-2001년 사이에 이 새로운 학문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를 세 차례나 개최하면서 신경과학, 심리학 그리고 교육학의 융합학문에 대한 학계의 관심을 높인 바 있다. 2004년에 국제마음뇌교육학회(International Mind, Brain and Education Society: IMBES)가 설립되고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석사학위 과정(2001-2002)이 개설된 이후, 이어서 알링턴의 택사스 대학(University of Texas),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등이 역시 MBE 융합과학 학위 프로그램을 개설하면서 MBE 융합과학은 융합학문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 된다. 한편 온타리오대학 부설 교육연구소(Ontario Institute for Studies in Education of the University of Toronto: OISE/UT)는 대규모 교사 연수를 위한 프로그램에서 MBE 융합과학을 선보인 바 있다.

 

[도표 1] 간학문으로서의 MBE 과학(Tracey Tokuhama-Espinosa, 2012)

학습과학은 MBE 융합과학, 교육신경과학(neuro-education, educational neuroscience), 뇌기반학습(BBL), 뇌기반교육(BBE)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용어(umbrella term)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들과 동의어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교실에의 적용이 강조되면서 과학적 접근으로부터 얻는 학습에 관한 일련의 통찰을 모두 학습과학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이들 용어는 각기 달라도 주된 관심이 “신경과학(neuroscience), 심리학(psychology), 교육학(pedagogy)의 간학문적 연구에서 나온 뇌의 학습 원리를 상황과 목적에 맞게 교육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학습과학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아직 맹아기도 맞지 못한 것 같다. 국내의 몇 개 대학은 대학원 과정에서 (뇌)인지과학 과정을 제공하고 인지심리학, 인공지능, 신경과학,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약 분야와 접목을 지향하고 있지만 이를 교실 수업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다만 한국교원대학의 협동과정에 뇌기반교육 과정이 개설되어 있지만 아직 석사과정뿐이고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 학습과학이 다루는 학습 과정의 3가지 범주

 

학습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의 한 사람인 하워드 존스는 뇌의 학습과정(learning process)을 ‘① 주의를 끌다(engage) ②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다(build) ③ 형성된 지식을 통합·응고화 하다(consolidate)’처럼 3가지로 범주화했다. 이는 학습과학에서 나온 통찰을 교실 수업에 적용하기 위한 유용한 틀이 될 수 있다. 아래 [도표 2]는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도표 2] 학습 과정의 3가지 범주(Paul Howard Jones 외, 2018)

위 도표의 3가지 범주의 내용은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게 한다.

 

? 어떻게 학습자의 주의를 효과적으로 끌고 유지할 수 있는가?
? 어떻게 하면 새로운 학습(지식의 형성)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게 할 수 있는가?
? 어떻게 하면 새로 학습한 내용을 기존의 지식에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장기기억화 할 수 있는가?

 

이상의 3가지 범주는 학습과학의 핵심개념(big idea)이고 3가지 질문은 학습과학의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s)이다. 학습과학을 학습한다는 것은 이상의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이를 교수·학습에 적용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3. 학습과학의 유용성

 

21세기 들어 학습과학을 교육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지도(teaching)는 있지만 학습(learning)은 잘 일어나지 않는 오늘날의 학습위기(learning crisis)를 해결하기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 결과를 교육(교육과정, 수업지도, 학습)에 접목할 필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미 주요국에서는 교사들이 학습과학을 학습해 수업지도에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핀란드 교사들은 아동의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관한 인지과학을 철저히 학습한다.”
(학교교육 제4의 길② 116쪽)

 

“제가 하는 수업에서 뇌친화적 교수법은 매우 강력해요!”
(온타리오주 초등 4학년 교사)

 

“교사 연수에 학습과학이 본격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뇌의 기능에 대한 이해 없이 학생을 지도하는 것은 좀 심하게 말하면 환자가 심장병 전문의를 찾아갔을 때 의사가 “나는 환자의 심장 건강을 회복시키고 싶지만 아직 심장에 대해 공부한 적은 없다.”고 말하는 상황과 흡사하다.”
(Ian Kelleher and Glenn Whitman, 2020).

 

20세기 후반부터 영상이미지 기술(fMRI, EEG, PET)이 발전하면서 건강한 사람의 뇌 속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과거 의사들은 의술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는 자신의 경험과 추측에 기반해 환자를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없다. 마찬가지로 교사들이 개인적 경험과 추측에 의존해 학생을 지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교사들은 앞으로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또 학습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수업에 임할 때 ‘학소자(학습에서 소외되는 자)’를 줄이고 학습 격차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과학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하워드 존스 교수는 학습의 과학적 이해가 중요한 이유로 아래의 3가지를 들고 있다.

 

① 학습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수업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읽기, 쓰기, 셈하기, 추론하기 스킬을 더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② 교사 양성·연구 과정에 학습과학을 포함시킴으로써 아동의 뇌를 변화시키는 교사의 고유한 책임과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③ 뇌과학에 대한 속설(myths)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가에 대한 오해는 비효과적인 교실 수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 역시 학습과학의 전파를 위해 이 분야를 공부하고 연수해본 결과 교사가 학습과학을 배웠을 때 얻게 되는 이점(利點)은 아래와 같다고 생각된다.

 

? 효과적인 수업 전략을 배울 수 있다.
? 학습자를 수업에 몰입시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학습의 기억·회상률을 높일 수 있다.
? Teaching과 Learning의 갭을 줄일 수 있다.
? 수업을 더 잘 설계·성찰·개선할 수 있다.

 

뇌의 학습 원리를 이해하면 수업을 지도할 때의 이점(利點)은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많다. 학습과학은 처음 가르칠 때 확실하게 제대로 가르치는 접근이기 때문에 다시 가르치기, 보정교육, 개입반응접근법(RTI) 개입반응접근법(RTI) ? 학습과 행동에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을 조기에 확인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층적 접근이며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에게는 개입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인다.
등을 불필요하게 한다는 점이 그렇다. 뇌친화적 교수학습은 장기기억을 통한 완전학습을 지향하는 교수법이라 할 수 있다. 이점(利點)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교사들은 학생의 지능은 어릴 때 형성되면 일생 동안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뇌는 새로운 경험과 학습에 의해 일생 동안 변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신경가소성이다. 뇌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면 교사들은 학생의 지능은 고정되어 있다는 기존의 고정관점에서 벗어나 지능은 변할 수 있다는 성장관점으로 인식이 바뀔 수 있다. 또 감정과 주의, 인지, 기억 등과의 관계를 이해하면 감정이 실린 수업을 시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학습과학을 알면 뇌과학 속설에서 벗어나 잘못된 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학습자를 좌뇌형, 우뇌형으로 나누어 지도하기, 학습 유형(learning style)에 따라 가르치기 등 근거 없는 속설에 따라 가르치는 일도 없어 지게 된다.

 

따라서 모든 교사가 학습과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수업지도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뇌에서 어떻게 학습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수업을 지도하는 것은 마치 자동차 엔진의 작동원리를 모르면서 자동차를 조립하거나 수리하려는 것과 같다는 말은 모든 교육자들이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이찬승  https://21erick.org/column/5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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