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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육칼럼] 행복한 학교 만들기
등록일 2021-12-23 10:05:33 조회수 11083
내용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삶의 목표는 거의 개인의 행복으로 굳어지는 듯하다. 과거 '잘살아 보세'나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 같은 구호는 이제 좀 멀어진 느낌이다.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고, 집단의 목표를 위해 이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요즘 사회적 주제로 떠오른 공정성만 해도 대학입시 등에서 당할지도 모를 개인적 불이익에 대한 불안에서 출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요즘 사람들은 집단보다는 개인에, 결과보다는 과정에, 미래보다는 현재의 삶에 더 주목하는 것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비전으로 가장 많이 떠오르는 주제가 '행복한 학교'이다. 정의니 성실이니 인내니 노력이니 하는 과거의 치열하고 가슴 벅찼던 구호들을 제치고 이제는 학교마다 행복을 노래한다.

그런데 도대체 '행복한 학교'란 어떤 곳인가? 행복이란 이념이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학교란 사회에서 모두가 다 함께 추구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할 것 없이 개개인이 생각하는 행복이 다 다르다. 그렇다면 어느 일방이 행복은 이런 것이라 규정하고 함께 나아가기를 권유하기는 옳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학교는 과연 어떻게 행복이라는 목표를 이루어내야 하는가?

학교의 행복은 이념적 목표를 세우고 일사불란하게 나아가자고 해서 이룰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비에 젖듯, 햇볕에 마르듯 드러나지 않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학교 문화이다. 문화는 그 집단의 구성원이 숨을 쉬는 공기와도 같다.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서 복지 증진이나 경제적 보상, 물리적 환경의 개선, 공정한 기회의 보장 등과 같은 구체적 대처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대증적 요법이어서 한시적이고, 개별적으로 작용한다. 보상이 사라지면 효과도 즉시 사라지고, 몇몇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한계도 있다.

그러나 문화는 지속적이고, 총체적이다. 문화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것이므로 한 번 형성된 집단의 문화는 구성원이 모두 한꺼번에 바뀌지 않는 한 꾸준히 효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새로운 구성원들에게도 저절로 작용하여 같은 효과를 낸다. 문화는 구성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법률과 제도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처럼, 모두에게 똑같이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니 오히려 법률과 제도보다 포용하는 힘이 더 세다. 법률과 제도는 구성원 스스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것에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하여, 문화는 구성원들 스스로 관계짓고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교 문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너무나 상투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소통과 공감'이다. 소통은 인류가 현재까지 발견한 최선의 해결책이다. 인류의 문제를 몇몇 천재나 영웅들이 창조적으로 해결해낸 예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제한적인 경우이며 숱한 인류의 문제들을 모두 그들 소수의 창조적 천재들에게 의지할 수는 없다. 지금은 그런 천재나 영웅의 시대도 아니다. 평범한 우리는 결국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며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자면 매우 불완전하고 소모적인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그러나 소통의 방법이 아니면 어느 한 편이 다른 편을 말살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 방법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따라서 소통을 통한 공감 만들기는 유일한 출구 전략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미성년인 학생에게 교사를 이해해 달라고 하기 전에 교사가 먼저 학생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학생들의 잘못을 찾아내 징벌하기보다는 먼저 칭찬할 거리를 찾는다. 칭찬한 사람만이 나중에 욕할 권리가 있다. 또 학생의 변화가 늦더라도 기다려야 한다. 기존의 습성을 바꾸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효과를 즉시 보고 싶은 사람은 문화의 힘을 경험할 수 없다. 늦더라도 기다리고, 내가 이루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다른 사람이 결국 해내리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행복한 학교는 학교 문화에서 만들어진다. 소통과 공감이 이루어지는 학교의 교사는 행복할 것이다. 교사가 행복하면 학생도 행복할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행복하다면 그 학교는 마침내 '행복한 학교'가 되는 것이다.


/한승희 전 검단고 교장

출처: 한승희. "[교육칼럼] 행복한 학교 만들기".  인천일보. 2021년 12월 12일.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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