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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육칼럼] 학교와 교육자, 그 존재 이유
등록일 2021-12-23 10:24:27 조회수 11257
내용
인천의 한 고교에서 사제 간 마음 아픈 일이 또 발생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사는 '인격모독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였고 학생은 심한 상처를 받아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문제는 학교에서 교사들에 의해 교육적으로 풀어야 한다. 정부 당국도 교육청도 경찰도 학교에 맡겨야 한다. 이런 문제조차 해결 못하면, 학교와 교사가 왜 존재하는 것인가.

문제 해결의 관건은 교장을 포함한 전 교사들이 피해 학생 입장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그래야 출구가 보인다. 그런데 '학생 학대가 의심된다'며 학교 측이 112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체육시간에 늦은 건 혹시 신체적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그리고 수업에 참여했는데 '20분간 운동장 뛰라'고 했으니 학생 입장에서는 '체벌'과 '차별 대우'로 받아들였을 것 같다. 더욱이 수업에 10분 늦었다고 가난과 편부모의 불우한 가정환경, 그리고 공부 등 어린 학생의 예민한 아킬레스건을 건드렸으니 '얼마나 아프고 참기 어려울 정도의 상처를 받았을까'를 헤아려 보라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 청원으로 이어진 것은 학교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이 사건을 통해 중요한 문제 몇 가지를 냉정하게 성찰해야 한다.

첫째, 폭발적·돌발적·공격적 분노의 표출에 대한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인간은 무시, 모멸감, 자존심 침해, 모욕감, 수치심을 느끼는 순간 '화(火)의 연료'인 '분노의 화약고'로 변한다. 여기에 '억울하다, 불쾌하다, 공격받았다'라는 '방아쇠 생각'이라는 기폭장치에 점화되면 공격성 시한폭탄들이 폭발하는 것이 '홧김 범죄'요 '폭발적 분노'다. 마치 감정조절 장치의 댐이 폭파된 듯 이성적 사고가 실종되는 현상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교사는 부모·교육자·의사·성직자의 특성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가르치는 학생의 수준과 상태에 따라 때론 부모의 관점에서, 교육자의 자세로, 또는 의사의 입장에서, 성직자의 마음으로 그때그때 운신의 폭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교사로 임명되는 그 순간부터 이 네 가지의 기능과 역할은 작동해야 한다. 이것이 교육자의 본분이고 사명감이며 존재 이유다. 특히 교사들에게 국가 수준의 교원자격증을 주면서 '전문직 대우'를 하는 것은 최고의 전문성으로 무장하라는 얘기다.

셋째, 비합리적 사고와 이념, 왜곡된 가치관과 교직관을 가진 자는 빨리 변화되어야 한다. 교직을 선택하면서 얌전하고 알아서 공부 잘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이 교직이라고 생각한다면 출발부터 잘 못된 것이다. 교사가 되는 순간부터 '가정교육이 문제다', '문제 학생의 배후에 문제의 부모가 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해서는 안 되며, '문제아'라는 낙인도 찍어서는 안 된다. 문제아라는 말 대신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학생'으로, 말썽꾸러기라는 말 대신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하는 학생'이란 말을 해야 한다. 가정이나 성장과정에서 겪은 결손이나 상처가 있는 학생이라면, '힘들지만, 사명감으로 보살피겠다'는 자세로 다가가는 게 교직이다.

넷째, 교육자들은 스스로 '학생들의 모델링 대상'이 되어 장점과 가능성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는 전문직이다.

그래서 교사의 얼굴에서는 항상 화기(和氣)가, 몸 전체에서는 온기가, 걸음걸이와 행동에서는 생기와 활기가, 생각하고 판단할 때는 덕기(德氣)가 넘쳐야 한다. 특히, 역사적 사회적 표상에 대해 진위와 공과를 균형적 시각과 객관적 태도로 진단 평가하는 교육자를 통해 품위 있는 교양인, 품격을 지닌 문화인으로 성장·발달·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 청소년들은 실수하며 성장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발달하고 착각과 과오 속에 성숙된다. 그래서 '교육은 세 번 꾸짖고 일곱 번 칭찬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꾸짖는 것도 공개적으로 꾸짖어서는 안 된다. 또 '교육은 두 번 타이르고 세 번 칭찬하고 다섯 번 가르쳐야 좋은 아이가 된다'는 말도 있다. 장점은 공개적으로 하고, 단점의 지적은 목소리를 낮춰 개인적으로 납득시키는 게 교사로서의 정도(正道)다.

출처: 김흥규. "[교육칼럼] 학교와 교육자, 그 존재 이유". 인천일보. 2021년 12월 16일.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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