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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국정원엔 비밀이 없다
등록일 2023-12-04 09:33:22 조회수 1661
내용
오피니언 세컷칼럼

우리 국정원엔 비밀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이상언
이상언 기자중앙일보 논설위원 

“국정원장 비서실장이 호가호위하며 인사에 개입해 친한 사람들을 좋은 자리로 보낸 게 문제가 됐다. 원장이 그에게 너무 의존한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인사 결재를 취소해 1급 7명이 대기발령 상태가 된 일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며칠 뒤 여권 소식통은 180도 다른 설명을 했다. “비서실장은 국가관과 국정원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분명한 사람이다. 국정원을 바로 세우려는 원장의 뜻을 잘 안다. 승진자에 비서실장과 가까운 사람이 많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사에서 물먹은 간부들과 원장에게 불만이 있는 1차장이 여러 경로로 억지 논란을 만들었다.”

내분 사태에 직원 실명 다수 공개
은밀성 망각이 전통으로 굳은 듯
정보 대신 정치 좇는 습성 끊어야

 이달 초순 한 일간지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경질 예상 보도를 했을 때 여당 관계자는 “원장 반대 세력의 언론 플레이다. 자꾸 조직을 흔든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은 곧바로 “사실이 아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한쪽에선 국정원장과 비서실장의 인사 전횡을, 다른 쪽에선 원장과 대립하고 있는 1차장과 국정원 간부들의 음해 공작을 논란의 진앙으로 지목했다. 어떤 이는 국내파(비서실장)와 해외파(1차장)의 갈등이라고, 다른 이는 매파(비서실장)와 비둘기파(1차장)의 암투라고 표현했다. 혼란의 주범이 어느 쪽인지 가리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이 지난 26일 김 원장과 권춘택 1차장을 동시에 자리에서 쫓아낸 것을 보면서 양쪽 모두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짐작할 뿐이다.

 이례적인 인사 취소 사태가 발생한 지난 6월부터, 아니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검찰 간부 출신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갑자기 사퇴한 지난해 가을부터 여러 버전의 내부 갈등설이 나돌았다. 등장인물은 원장·차장·실장·처장·기획관 등 다양했다. 각 스토리에 국정원 간부들과 인연 또는 악연이 있는 대통령실 비서관들이 조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음지’에 감춰져 있어야 할 국정원 간부들의 실명이 마구 튀어나왔다.

 국정원 내부 이야기가 이렇게 세상에 돌아다녀도 되나. 이것이 정상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걱정이 개탄에 앞선다. 국정원은 원장과 3명의 차장(차관급) 말고는 인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신분 노출은 테러나 역공작에 당할 위험을 높이고 정보 활동의 범위를 좁힌다. 은밀성은 첩보기관의 생명이다.

 국정원의 보안 의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사건들이 있다. 2007년 9월 탈레반에 집단으로 납치된 한국 교인들을 정부가 구해 냈을 때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나타났다. 국정원이 탈레반과 교섭했음을 전 세계에 인증한 것이었다. 김 전 원장 곁에 선글라스를 낀 의문의 인물이 계속 있었다. 국정원은 ‘대테러 요원이 원장 지시에 따라 구출을 주도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눈 빼고는 얼굴이 그대로 공개된 ‘선글라스 맨’이 협상 주역으로 널리 알려졌다.

 2012년 대선 직전 ‘국정원녀 셀프 감금’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터졌다. 국정원이 선거판에 조직적으로 댓글 공작을 벌인 게 드러나는 계기였다. 전직 국정원 간부가 옛 동료로부터 댓글 작업 정보를 얻어 야당에 전달했고, 야당 인사들이 작업에 참여한 국정원 직원을 추적해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그 자체가 큰 문제지만, 공작 역량 수준을 만천하에 드러낸 일이기도 했다. 지난 정부에서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은 자신이 미국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를 개인 SNS로 공개했다. 박 전 원장은 퇴임 직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만들어 보관하고 있는 X파일을 공개하면 의원님들 이혼당한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일해야 하는 곳이 ‘투명하게, 찌질하게’ 활동한다. 추구하는 게 정보인지 정치인지 분간이 안 될 때도 잦다. 대다수 요원의 이름 없는 헌신이 빛을 잃지 않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고대한다.

글=이상언 논설위원 그림=윤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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