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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와 1÷1/2를 구분하고 싶다.
등록일 2020-11-05 14:05:50 조회수 487
내용

1. 알고 있다.

 

드디어 ‘1÷2’와 ‘1÷1/2’이 조금씩 구분되기 시작한다. 물론 이 둘의 계산법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분수의 나눗셈은 ‘역수를 곱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므로 나 역시 ‘1÷2’는 1/2이 답이 될 터이고, ‘1÷1/2’은 2가 답이 된다는 것은 절대 모르지 않는다. 그러니 고민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이 고민의 시작점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분수의 곱셈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지역아동센터의 5학년 아이들은 그 단원의 공부를 꽤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처음에는 종이에 문제와 식을 써가며 이를 도와주려 애쓰다, 그런 방법이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 나중에는 결국 분수를 보여주는 게 좋겠단 마음까지 먹게 되었다. 종이 한 장을 ‘1’이라 하고, 그 종이를 가지고 ‘1×2’와 ‘1×1/2’을 구분하는 것으로 시작해 분수의 곱셈을 다른 방식으로 공부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이 고민은 그때 막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대부분 곱셈을 배운 사람들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해낸다. 하지만 곱하기를 할 줄 아는 것과 별도로 ‘곱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 개념을 제 나름의 말로 잘 정리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마치 우리 모두가 매 순간을 온 몸으로 살아내고 있지만, ‘살아낸다’는 의미를 제 나름의 말로 정리해내는 게 쉽지 않은 것과도 비슷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보다 훨씬 쉽고 명확하다고 할 수 있는 곱셈은 수학책에도 이미 잘 정리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곱셈이 무엇이니?”하고 물으면 “곱하는 거요.”라든지 “구구단이요?”라고 엉뚱한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거듭 말하지만 이는 할 줄을 안다는 것과 존재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는 어쩌면 어지간히 할 줄 아는 것으로는 족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곱셈 공부를 하느라 낑낑대는 아이들은 그런저런 생각에 깊이 잠길 새도 없는 듯했다. 답을 쓰는 데 중점을 두지 않고, 분수의 곱셈을 직접 접어보고 잘라보면서 이해하는 데 힘을 쏟는 공부가 아이들에게는 처음부터 그리 달가워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일단의 저항을 모른 척하고 ‘1×2’와 ‘1×1/2’을 종이로 내보이라고 하면, 결국 두 장의 종이 한 더미와 반장의 종이 하나가 어렵지 않게 책상 위에 올라온다.

 

‘1×2’와 ‘1×1/2’과 같은 류들은 그 각각은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지만, 어쩐 일인지 아이들의 생각 속에선 의미 있는 범주로 묶여서 이해되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 둘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어야 나머지를 이해하기가 훨씬 더 쉬워지는 것은 틀림없는 일인 듯 보였다.

 

그런데 ‘‘1×2’와 ‘1×1/2’를 구분하는 문제를 대하고 나니, 언젠가부터 내 머릿속에서는 ‘1÷2’와 ‘1÷1/2’을 구분하는 문제 역시 자꾸 떠오르기 시작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1÷2’를 처리하고 나서 똑같은 방식으로 ‘1÷1/2’를 해보려는 데 그게 도저히 되지 않는 문제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2. 알고 있는 줄 알았다.

 

우선 ‘1÷2’를 떠올리면 종이 1장을 둘로 나누는 장면이 떠오른다. ‘한 장의 종이를 둘로 나눈다’, ‘한 장의 종이를 둘로 나는 두 조각 중 한 조각은 1/2이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1÷1/2’에 도전해본다. 똑같이 종이 한 장과 가위를 들고 ‘1÷1/2’를 해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1/2로 종이를 나눌 수가 없다. 나누기는커녕 상상 속의 가위를 들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멍하니만 서있게 된다.

 

오히려 분수의 나눗셈은 역수를 곱하는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서 ‘1÷1/2’의 결과가 2이라는 것을 이미 아는 터라 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어째서 ‘1÷2’는 종이를 반으로 잘라서 그 중 한 조각만 들고 1/2이라는 답을 하였는데, ‘1÷1/2’은 종이 한 장 더 가져와 2장이라고 답을 해야 하는가? 도저히 아리송한 것이다.

 

그렇게 골머리를 썩이는 문제를 끝내 풀지 못한 채 5학년 아이들이 6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정말 이제 분수의 나눗셈을 공부하기 시작한 때가 와버렸다. 그동안 나도 머릿속으로 수없이 가위와 종이를 들고 서성댔지만 명쾌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가위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또 다시 곰곰이, 찬찬히 따져본다. ‘1÷2’는 종이 한 장을 2개의 조각이 되도록 자르라는 말이다. 1장이 2개의 조각이 되도록 만들려면, 한 장을 둘로 갈라야 한다. 그려면 그 각각의 조각은 한 장에 비교해보았을 때 1/2만큼의 양을 갖게 된다. 여기까지 분명 이해했다.

 

그럼 이제 ‘1÷1/2’을 똑같이 해보려고 한다. 다만 ‘1÷2’가 기준점이 된다 절대 ‘1÷2’를 했던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그럼 ‘1÷2’는 종이 한 장을 나누기 다음의 2란 숫자에 따라 2조각이 되도록 자르는 것이었으므로, ‘1÷1/2’는 종이 한 장을 나누기 다음에 있는 숫자인 1/2조각이 되도록 자르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실제로 자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의 것은 그 결과가 2조각이 난 것으로, 뒤의 것은 그 결과가 1/2조각이 난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 후 셈이 이루어지고 난 후의 결과물에 대한 이해를 덧붙인다. ‘1÷2’의 나눗셈이 이루어지고 난 후의 2조각은 본래 기준점인 종이 1장에 비교해보았을 때는 그 크기가 1/2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이제 ‘1÷1/2’을 이에 빗대어 이해해본다. 마찬가지로 ‘1÷1/2’의 나눗셈의 결과로 1/2 조각이 된 것은 본래 기준점인 종이 1장에 비교해보았을 때는 그 크기가 2배로 늘어나는 된 셈이란 점이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머릿속으로 종이와 가위를 들고 난 환호를 질렀다. 평생 왜 분수의 나눗셈을 역수로 곱해야 하는지를 알지도 못하고 해왔는데, 스스로 이런 이치를 곰곰이 따져 깨치고 나니 마치 광명 세상에 달한 듯 기쁘기가 한량없다.

 

 

3. 한결 같이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은 한결 같이 알고 싶다는 욕구가 나를 사로잡은 순간이었다. 마치 일종의 미몽처럼 말이다. 어쩌면 아예 처음부터 나눗셈을 하는 데 가위와 종이를 들고 서성거렸던 것이 잘못이었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말대로 1개의 단위에 2개의 물건이 들어가려면 1/2씩의 공간을 차지하게 될 터이고, 1개의 공간에 1/2 즉 반개짜리 물건이 들어가면 2개가 들어갈 수 있다는 좀 더 쉬운 비유법을 썼다면 이런 문제를 좀 더 일찍, 좀 더 쉽게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잘 맞지도 않는 비유법을 들고 그것이 마치 새로운 무엇인 양 괜한 고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어쩌면 처음부터 비유가 아닌 정리나 증명에 의한 설명법을 택해야 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진실이나 진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또 상대와 내가 서로 같은 이해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워 비유법 같은 것을 들고 서성댈 일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때는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어떤 논리에 맞추어 무언가를 끝내고야 말겠다는 데 눈이 멀어 있었다. 가위와 종이를 들고 ‘1÷2’를 시작할 수 있었으므로, ‘1÷1/2’도 하고 싶다는 맹목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이들이 좀 이상하다고 할 때 알아봤어야 할 일이었는지 모른다. 고집부리지 말고 그때 진작 돌아섰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왜 이렇게 했어야만 하느냐고 실컷 아이들의 잔소리를 듣겠지만, 그래도 한결 같이 알고 싶은 마음을 감추긴 어렵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참 고심을 해본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파랑새 시설장성태숙

<출처> https://21erick.org/column/5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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