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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육정책과 학교 현장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 교원조직
등록일 2020-11-20 11:04:08 조회수 405
내용

신규교사 시절, 교감선생님께서 교무실로 불러 서류 한 장을 내미셨던 기억이 있다. 교원단체 가입신청서인데 가입해두면 좋으니 한번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곧이곧대로 한번 생각만 해보고 돌아갔는데, 그 뒤로 몇 차례 전화 연락이 오더니 급기야 교실 앞으로 찾아오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회원 유치 실적이 우수한 학교의 관리자는 해외로 연수를 가기도 하였다고 한다. 같은 해 동학년에는 교원노조의 임원으로 활동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교육 현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들이 남아있다.

 

이번 글에서는 교육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교원조직(교원들이 활동하는 단체를 통상 교원단체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법적인 교원단체 개념과 구분하기 위해 교원조직이라 함)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교원들의 조직체는 크게 교원단체와 교원노조로 구분할 수 있다. 교원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전자는 전문가, 후자는 노동자의 관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교원단체는 현행법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를 일컫는다. 교총은 1947년 조선교육연합회로 설립되어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쳐 1989년 현재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교원단체 조직과 활동은 법에 근거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15조는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에 교원단체를 조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교원지위법 제11조에 교원단체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지위 향상을 위하여 교육감이나 교육부 장관과 교섭?협의한다고 되어있다. 다만 교원단체 조직과 관련해서는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않아 현재는 교총이 독과점 형태로 유일한 교원단체이다. 최근 박찬대 의원 등이 교원단체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는데, 해당 법안은 복수의 교원단체들이 법적 지위를 얻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교원조직들 간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교원노조는 교원단체와 법적 근거가 다른데,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의 임금, 근무 조건, 후생 복지 등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하여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를 갖는다. 법상으로 노조는 임금, 근로조건, 복지에 관한 사항만 교섭할 수 있지만, 실제 교원노조들은 교원단체 본연의 역할인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관한 노력을 많이 해왔다. 이들은 교육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행정기관과 협의하며 관련 활동을 이어왔다.

 

교원단체와 달리 교원노조는 복수의 노조를 인정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이하 교사노조) 등이 대표적이다. 전교조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를 만들어 그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불법이라 1,500여 명의 교사들이 파면, 해임되었다가 4년 만에 복직되기도 하였다. 1999년 교원노조법이 통과되면서 합법 조직으로 운영되다가 2013년 법외노조 통보, 2020년 법외노조 처분 파기 환송 등의 사건들을 겪었다.

 

교사노조는 2015년 전교조로 대표되는 교육노동운동 재편을 위한 모임을 운영하며 2017년 교사노조연맹으로 공식 창립하였다. 이후 지역별, 학교급별, 공사립별, 교과별 분권형 노조를 지향하며 연맹 형태를 이루고 있다. 연맹 형태이다 보니 중앙과 지역 사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교총과 전교조, 양대 교원 단체 및 노조로 대표되었던 교원조직들이 최근에는 상당히 다양화, 전문화, 분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은 기독교사 단체 연합운동 성격을 지니며 2000년 이후 가정방문, 고통받는 아이와 교사 일대일 결연, 수업평가받기 캠페인 등을 실시하였고, 2003년 NEIS 사태 때 중재안을 제시하며 관련 정책 타협에 기여하였다. 현재도 여러 교육실천운동과 교육정책 대안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외에도 전교조 새로운학교분과에서 시작하여 2011년 공식 출범한 새로운학교네트워크, 2015년부터 시작된 교사조직인 실천교육교사모임 등도 교육계에서 영향력을 구축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위 단체들과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연구와 실천을 기반으로 플랫폼 조직으로 운영되는 교육디자인네트워크가 있다. 네트워크 안에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수업디자인연구소 등 여러 연구소들이 결합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교원조직들은 교육정책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교육정책에 대해 비판하기도, 때론 협조하기도 하며 각종 정책과 대안을 제시한다. 특정 이슈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육부?교육청과 협의를 하고 국가교육회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정책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 교육의 분권과 자치의 기조 아래 교원조직 출신들이 교육정책을 다루는 일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정책 결정에 미치는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교원조직의 다양화는 교원의 교육정책 참여 기회의 확대로 이어진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 교육청 등이 교육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 있어 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지만, 기관들은 나름 다양한 교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한다. 기관 입장에서는 교원 개개인을 모두 만날 수는 없으니 교원조직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초 코로나 국면에서 교육부 장관과 교사노조, 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전교조, 좋은교사운동 대표들과의 만남이 대표적이다.(교총은 불참) 교육부나 교육청의 사업부서도 정책 결정 시 여러 교원조직 관계자들을 협의회나 공청회에 초대하여 의견을 수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교원조직들의 참여가 확대된 반면, 거대 교원단체 입장에서는 그동안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영향력이 줄어든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교원조직을 동반한 교원의 교육정책 참여 확대는 교육정책의 현장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나, 몇 가지 생각해볼 문제들이 있다. 먼저 교원들의 정책에 대한 학습 부재이다. 교육정책 관련 의견 개진을 위해서는 해당 정책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정책 전문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회의를 보면, 단순히 학교 현장의 어려움만 토로하거나 교원업무경감으로 주장이 귀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일부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교원조직의 대표로 오신 분이 자신감을 넘어서 무례한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도가 지나친 요구를 하기도 한다. 발언자 입장에서는 속 시원한 일일 수 있으나, 교원의 교육정책 참여라는 큰 틀에서 보면 교원에 대한 인식이나 향후 교원의 참여 기회 확대 측면에서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다.

 

복수의 교원단체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동안 교원단체가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였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이를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교원의 절대 다수인 교사가 아닌 관리자(교장, 교감)의 입장을 과잉 대변하고, 교사의 자주성과 전문성 문제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18세 선거권 확대 결정 국면에서도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반대하거나, 정권에 따라 특정 정당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인 사례들이 많았다. 그리고 일부 교원노조도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정책 연구나 대안 제시 없이 과거의 투쟁 방식만을 답습하는 것에 대한 현장의 피로도와 비판도 존재한다.

 

얼마 전 코로나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의 파업과 의사협회의 집단행동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많은 국민들은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그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 반면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다른 선택을 한 일부 의사들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교원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특성상 회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권익과 권리를 보호하고, 복지 등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교원 개인의 힘은 미약하기에 그 힘을 집결시켜 어떤 성취를 이루어낼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은 나 몰라라 하고, 교원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기적인 모습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코로나 관련 원격 수업의 질, 돌봄 논란, 교원능력개발평가 유예, 기초학력 보장 문제, 교육격차 해소, N번방 연루 사건을 비롯한 교원 관련 성범죄, 각종 성적 비리 사건 등을 대면하는 학생, 학부모의 고통을 돌아보자. 교원조직이 회세 확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발적으로 우리 교육의 아픔에 공감하고, 때론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교원의 전문성과 질 제고를 책임지는, 시대 변화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이들이 말하고 참여하는 교육정책도 좀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사이트>

주철안(2020). 전문직 교원단체의 조직 및 운영 실제에 관한 분석. 교육혁신연구 vol.30. pp. 25-46
홍섭근(2019). 교사불신. 테크빌교육.
http://www.law.go.kr
http://www.kfta.or.kr
http://www.eduhope.net
http://ctu.modoo.at/
http://www.newschoolnet.kr/
http://www.koreateachers.org/
http://www.goodteacher.org
http://www.edudesign21.net/
http://cafe.daum.net/policy-edu



<출처> -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위원장 김요섭 https://21erick.org/column/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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