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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온난화가 버거운 숲
등록일 2023-11-27 09:11:37 조회수 1035
내용
[허찬국 경제기행]

낙엽을 태우는 일이 낭만적 가을 행사였으나 이제는 보기 어렵습니다. 호흡기가 민감한 필자 같은 이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인데, 단풍의 나라 캐나다의 대형 숲 화재, 산불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며 공기질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와도 상호작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마존 우림을 지구의 허파라고도 하는 것은 나무가 광합성을 하며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주어서 동물이 살 수 있는 환경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숲의 산소 배출이 더 관심사였다면 근래에는 기후 온난화 주범인 대기 중 CO2 제거 및 보관 기능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캐나다 산불@자료사진 연합뉴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은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나무 1조 그루 심기를 주창했습니다. 현재 약 3조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3분의 1 정도를 늘리자는 것이지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월요일(11월 13일)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에 숲을 늘려 CO2를 감축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WEF의 식목운동의 배경이 된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자 주도로 200명 넘는 연구진이 방대한 자료를 이용하여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추정한 결과라 관심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숲을 복원하면 226기가 톤(1기가 톤은 10억 톤)의 탄소를 공기에서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주요 결과인데 이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전체 탄소의 약 3분의 1에 해당되는 규모입니다.

며칠 전 케냐에서는 정부가 나무 100억 그루 심기 운동의 일환으로 하루를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묘목을 유·무상으로 대량 공급해 거국적으로 식목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아마도 WEF의 식목운동과 궤를 같이하는 정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 선진국 정부들도 기업들이 숲을 조성하는 것을 온실가스 배출권을 얻는 탄소 상쇄(carbon offset) 프로그램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지요. 선진국이나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 경제대국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름 잡는 소리 같을지 몰라도 숲 복원을 통해 엄청난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는 분석에 정부나 기업들이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허나 전망이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최신 네이처지(誌) 연구의 대표 저자인 토머스 크라우더(Thomas Crowther) 교수는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 탄소를 배출하면 기상이변에 따른 심각한 가뭄, 산불 같은 대형 기상 이벤트가 발생하며 숲의 잠재적 기여를 제한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크라우더 교수가 언급하는 엄청난 산불의 예고편은 이미 상영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경작지 개척, 채굴 등 인공적 활동이 아마존이나 인도네시아 인근 우림 손실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아직도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지요. 밀림의 훼손은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특히 온난화 기체 관점에서 산불이 나쁜 이유는 나무가 타면서 그동안 저장해온 CO2와 같은 온난화 기체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화재가 크면 클수록 이런 문제도 커집니다. 물론 나무에 저장된 탄소는 나무가 죽은 후 다시 공기 중으로 돌아갑니다. 산불로 배출된 탄소가 석유 연료를 태우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것과 같은 순증(純增)은 아니지요. 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 죽은 나무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자연적 순환과는 달리 한순간에 탄소가 대량 배출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인공과 자연이 공모하여 사정을 어렵게 하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형 화재가 빈번해졌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그 자체가 숲의 대형 화재를 키우는 형국입니다. 2022년 발표된 UN 환경계획의 산불 보고서는 향후 대형 산불이 더 빈번해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 그리스 등 지중해에 연한 나라들, 호주, 북미 국가들의 대형 화재 소식이 끊임이 없었습니다. 2020년에는 얼음과 눈이 후퇴한 북극지역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발화(發火)가 되었는지 상관없이 일단 불이 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지요. 불길이 거세고 불꽃이 크니 과거 산불이 퍼지는 것을 막았던 습지, 개천, 바위, 도로와 같은 저지선을 쉽게 뛰어넘죠. 산불이 아주 커지면 화산 폭발 때와 같은 엄청난 연기 기둥을 만든다고 하니 진화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필자는 미국 서해안 캘리포니아의 남쪽과 북쪽 모두 살았었기 때문에 그곳 산불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과거에도 상대적으로 건조하고 기온이 높은 남부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산불이 연례행사였지만 북부 지역은 산불이 드물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캘리포니아 북부 샌프란시스코 인근과 내륙 지역에서도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2020년 산불은 엄청난 규모여서 거의 모든 과거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위성에서 찍은 약 40개에 달하는 산불에서 피어오른 연기(왼쪽사진)를 보면 그 어마어마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지요. 샌프란시스코와 LA간 거리가 약 600km인 것을 감안하면 산불 연기 폭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연기가 샌프란시스코를 덮었을 때 한낮에도 해를 보지 못했다니 공기질 악화는 말이 필요 없겠지요. 날씨까지 더워지는 추세라 에어컨을 설치하는 집이 늘고 있다 합니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캐나다 산불은 각종 부정적 효과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관련 수치들은 충격적입니다. 전 세계 숲의 약 10%가 캐나다에 위치했는데 지난 40년 사이 캐나다 숲의 약 3분의 1이 불에 탔습니다. 지금까지 최대 산불은 1989년으로 약 77,000㎢의 면적을 태웠습니다. 이에 비해 아직 올해가 끝나지 않았지만 10월까지 산불은 벌써 약 182,000㎢를 태웠습니다. 우리나라(남한)의 약 1.7 배의 크기입니다. 특히 관심이 가는 수치는 올해 산불의 탄소 배출 규모가 약 15억 톤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캐나다 전체의 교통, 발전, 중공업, 건설, 그리고 농업에서 배출한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불에 탄 숲이 다시 자라면 배출된 탄소를 부분적으로나마 흡수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5~10년처럼 대형 산불이 곳곳에서 이어지면 새로운 숲이 흡수하기에도 배출된 탄소가 지나치게 많아질 것 같습니다. 앞서 보았던 크라우더 교수의 경고가 이미 현실화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숲의 순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라도 석유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등 기상이변을 완화하는 노력이 나무 심기 못지않게 절실해 보입니다.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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