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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의료서비스 시장은 플러스섬 게임이다.
등록일 2023-11-08 10:31:07 조회수 1087
내용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정부가 의대 정원을 현재 3000명 수준에서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한의사협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며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의료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의대 정원은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로 수십년간 동결 상태이기 때문에 의사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지방 병원은 의사를 구하지 못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이고,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한시가 급한 암 환자가 치료를 받으려고 수개월을 대기해야 하는 것이 선진 한국의 의료 상황인 것이다.

오래전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이야기다. 하루는 김숙희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조찬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간부회의에서 교육부 장관이 왜 나를 보자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의정국장이 “필경 의대 정원을 늘려 달라는 부탁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해 줘도 되지 않겠어요”라고 했더니 의정국장은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엉터리 의대가 많이 생긴다고 했다. 나는 “그러면 교수 및 시설 기준을 보다 확실히 하고, 정원은 늘려 줘도 되겠네”라고 말하고 교육부 장관을 만났다. 예상대로 김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를 요청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다행히 당시 나는 의료연구, 신약개발 등 생명공학기술(BT)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크게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피할 수 있었다.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를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서비스 시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가 전체의 의료비 지출 총량이 정해진 상태에서 의사 수가 늘면 의사 1인당 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의료서비스는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소득 증가보다 더 빨리 수요가 늘어나는 ‘상급재(superior good)’의 대표적 사례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의사 공급의 확대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국민 복지 증진과 보건의료산업의 발전은 물론 의료서비스 시장의 확대로 의사들의 수입 역시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의사들이 앞장서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를 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연구할 시간도 없기 때문에 의사 부족에 따른 피해자는 바로 의사 자신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을 통해 의료계와 국민 모두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면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뜨거운 감자인 의대 정원 문제는 당사자인 의협보다는 의료계는 물론 수요자 대표 및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기존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의 논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으로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정원 확대 규모가 적어도 1000명 이상의 큰 폭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의대 정원 확대에 더해 차제에 필수의료 붕괴 문제 역시 근본적 해소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료 등 비인기 분야의 수가를 대폭 올리는 등 종합적 개선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의사 수급의 지역 간 격차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 과정에서 지방의대에 가점을 줌은 물론 해당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선발 과정에서 우선권과 동시에 장학금 혜택을 주는 등의 종합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끝으로, 의대 학생 선발 기준으로 학력 못지않게 인성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관행을 정착시킬 것을 제안한다. 현재 부각되고 있는 많은 문제가 의사들의 지나친 자기중심적 사고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최고 지성으로 인식되는 의사로서의 사명 의식은 미래 의사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이번에 제기된 의대 정원 문제를 계기로 의료계와 국민 모두가 승리하는 종합적 개선책이 마련·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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